현존하는 최고의 FPS 마우스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아무래도 로지텍의 G Pro Wireless(이하 지무선)를 꼽으실 분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9년 말에 prosetting.net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프로 씬에서도 21%의 프로 게이머가 사용하고 있는 마우스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지무선이 등장하기 전 FPS 프로 씬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던 마우스가 있습니다.
바로 조위의 EC 시리즈인데요. 지금도 EC 시리즈의 프로 씬 점유율은 무려 17%나 됩니다.
EC 시리즈는 쉘의 크기에 따라 EC1, EC2로 나뉘고 그중 제가 오늘 리뷰할 제품은 EC1입니다.
리뷰에 앞서 저는 F11 정도의 손 크기를 가지고 있고 저감도에 팜 그립을 사용하는 유저입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C 시리즈에 대해
2009년 조위의 첫 번째 마우스인 EC 시리즈 발매 당시, 카운터 스트라이크 프로 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이하 익스)와 그 계보를 잇는 레이저 데스애더처럼 비대칭형 쉘에 묵직한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였으며, 자연스럽게 EC 시리즈 또한 비슷한 크기와 쉘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코팅의 개선, 센서 업그레이드, 휠 색 변경, 피트 변경에 따른 라인업 세분화 등등 크고 작은 변경점들이 있었고
2019년 말부터 다시 기존 피트를 탑재시킨 EC1, EC2 두 종류의 마우스로 라인업을 통일시켜 판매 중입니다.
네이밍에 따른 혼란을 줄이시려면 아래 제가 간단하게 정리한 EC 시리즈 계보도를 참고해 주세요.
품명 | EC1-A(2015) | EC1-B(2017) | EC1-B Divina(2018) | EC1(2019) |
센서 | PMW3310 | PMW3360 | PMW3360 | PMW3360 |
코팅 재질 | 무광 | 반무광 | 유광 | 무광 |
피트 | 큰 피트 2개 | 작은 피트 4개 | 큰 피트 2개 | 큰 피트 2개 |
*EC1-B divina, EC2-B divina 같은 경우는 특이 케이스로, EC-B 네이밍이 붙어 있지만 EC-A의 피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펴보기
벤큐 정식 스토어에서 9만 5천 원에 구입하였으며
PMW3360 센서에 EC1-A의 테프론 피트가 장착된 가장 최신 개선판입니다.
박스 안에는 마우스 본품 외에 여분 피트, 조위 스티커, 설명서와 워런티 카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마우스들의 경우 세대가 거듭되며 쉐입이 조금씩 변화했지만 EC 시리즈는 코팅만 바뀌었을 뿐 한결같이 똑같은 쉐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EC 시리즈의 쉐입이 처음부터 이미 완성형에 가까웠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네요.
여담이지만 저는 오랜 기간 동안 레이저의 거의 모든 데스애더 시리즈를 구매해 사용해 왔는데, 데스애더 v2에서 미묘하게 변화된 쉘에 이질감을 느끼고 적응에 실패한 경험이 있네요.
하단의 피트 또한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4개의 작은 피트가 달려 나왔던 EC-B를 아직 사용하는 프로게이머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패작이라고 생각하며 조위 또한 그러한 생각에 EC-B 시리즈 생산을 중단하고 라인업을 통일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마우스의 사용감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들이 피트의 크기나 재질, 쉘의 쉐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핵심적인 요소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EC 시리즈는 그야말로 classical 한 마우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위의 마우스들은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하단부에 위치한 버튼들로 지정된 폴링 레이트와 dpi 값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폴링 레이트는 서든어택 같은 특정 게임을 제외하고는 1000hz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저는 항상 400 dpi나 800 dpi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소프트웨어를 통한 세밀한 dpi 조정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이 방식이 큰 불편함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조위 측에서는 대회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프로들을 위해 채택한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용 소프트웨어로 온보드 메모리에 한 번만 설정해 주면 어디에서나 개인 설정 그대로 플러그&플레이가 가능한 마우스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에도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네요.
최근 레이저 마우스들이 달고 나오는, 거의 무선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스피드 슬랙스 케이블이나 기타 유선 마우스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건 뭐 거의 시대착오적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뻣뻣한 케이블이 달려 있습니다.
번지대는 필수고, 가급적이면 파라코드로 교체해 사용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공식 스펙상 97g으로 실측 시에도 거의 동일하게 측정되었습니다.
요즘 출시되고 있는 경량화된 마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겁고 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무게이지만,
움직여야 하는 에임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은 정통 FPS게임에는 에임에 안정감을 더할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1만 원대 마우스에도 LED가 번쩍번쩍 달려 나오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조위는 EC-B 시리즈부터
그나마 있던 휠의 LED마저 없애버렸습니다. 조위의 철학과 고집을 대변하는 듯 한 디자인입니다.
사용 후기
말머리에 서술했듯이, 저는 F11 정도의 손 크기를 가지고 있고 저감도에 팜 그립을 사용하는 유저입니다.
마우스에 편하게 손을 올렸을 때 위 사진과 같이 빈 틈 없이 꽉 차는 팜 그립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집니다.
무게 밸런스도 쏠린 곳 없이 전체적으로 잘 배분된 느낌이 들고 센서의 위치도 정중앙에 잘 위치해
좌우에임 뿐만 아니라, 상하에임을 할 때에도 이질감 없이 에이밍이 가능했습니다.
전체적인 조립의 완성도도 높아 유격이 전혀 없으며 탄탄한 느낌이 듭니다.
다만 메인으로 사용하던 EC2에 비해 손목 관절의 가동범위가 줄어든 느낌입니다.
저는 마우스의 가로 폭이 커질수록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또한 조위 마우스의 센서가 대부분 그러하듯 약간은 둔한 느낌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날카로운 샷보다는 묵직하고 안정적인 트래킹에 특화된 마우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손의 크기나 관절의 유연성, 근력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 잊지 말아 주세요!
EC1으로 괴물 같은 샷을 하는 게이머들은 당연히 많습니다.ㅠㅠ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손자국이 쉽게 남고 땀이 차면 번들거리는 코팅은 여전히 썩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EC2에 별도로 무광 도색을 해서 사용 중입니다.
EC1에는 후아노의 청축 스위치가 탑재되어 있으며 후아노 스위치는 타 스위치에 비해 높은 클릭 압을 가지고 있어 광클릭이 필요한 RTS나 RPG보다는 FPS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위치입니다.
메인 버튼 같은 경우 동일 스위치를 사용한 EC2에 비해 클릭음이 먹먹하고 약간의 통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기판과 부품들의 사이즈는 동일한데 쉘의 크기에 차이가 있어서일까요?
하지만 쓰기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EC 시리즈의 사이드 버튼같은 경우 스위치가 인식되는 범위를 지나서도 한참 더 들어가는 버튼의 설계적 결함이 있고, 이번 개선판에도 이 부분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사이드 버튼의 클릭 구분감은 상당히 좋지 않은 편입니다.
스크롤 휠 같은 경우 뽑기가 잘 된 것인지, 악명 높은 조위의 스크롤 휠 치고는 나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절대 로지텍이나 레이저 마우스에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
사이즈 비교
마우스의 사이즈는 마우스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관련 커뮤니티에선 키보드의 F1부터 손을 뻗어 손 길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요
EC1은 최소한 F10.5 이상의 손 크기를 가진 분들이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같은 EC 시리즈인 EC2와의 쉐입 비교입니다.
꽉 찬 그립으로 팔목 위주의 컨트롤을 하고 싶다면 EC1을, 비슷한 그립법을 취하며 손안에 약간의 여유를 두고 flexable 한 컨트롤을 하고 싶다면 EC2를 추천합니다. 저는 손이 큰 편에 속하는데도 EC2를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큰 손 마우스인 익스, 데스애더와의 쉐입 비교입니다.
제원상으로는 비슷한 쉐입을 띄고 있지만 실제로 파지 했을 때의 느낌은 조금씩 다른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익스 같은 경우 엉덩이 쪽으로 쏠린 무게감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는 단점이 있었고
데스애더 같은 경우 무게의 밸런스는 잘 잡혀 있는 편이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빈약해지는 엉덩이 부분 때문에 그립에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셋 중 전체적인 사용감은 EC1이 가장 제게 잘 맞았습니다.
총 평
트렌드를 역행하는 다소 묵직한 무게와 심심한 듯한 디자인은 호불호의 영역이라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뻣뻣한 파라코드, 번들거리는 코팅, 소프트웨어의 부재, 기능 대비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까지...
나열해 놓고 보면 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C 시리즈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조위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립감과 탄탄한 내구성. 바로 그것이 이 마우스를 구입해야 할 유일한 이유이며, 인게임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하드코어 게이머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구매 사유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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