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김 없는 무선 기능과 화려한 RGB, 경량화된 무게, 무한 휠 스크롤, 다양한 커스텀 파츠 지원, 소프트웨어를 통한 정교한 세팅, 매크로 기능 등은 어느 새 하이앤드 게이밍 마우스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기능들이 되었습니다.
게이밍 시장에는 항상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센서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굳이 비싼 돈을 주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능까지 탑재된 마우스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게이밍 시장의 흐름 속에서 홀로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회사가 있는데요, 바로 조위기어가 그렇습니다.
조위기어는 경쟁 업체들이 앞다투어 예쁜 디자인의 사무용 마우스를 내놓을 때에도, 무선 기능이나 화려한 RGB로 무장한 게이밍 마우스를 출시하고 있을 때에도 한결같이 게이밍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오늘 살펴볼 제품은 조위 기어의 대표작이자, 2009년 발매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조위기어 EC2입니다.
동일한 쉐입을 가진 조위기어 EC1이 궁금하신 분들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본 포스팅에는 앞선 EC1 포스팅과 중복되는 표현이나 내용이 일부 존재합니다.
*저는 F11 정도의 손 크기를 가지고 있고 저감도에 팜 그립을 사용하는 유저입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C 시리즈에 대해
2009년 조위의 첫 번째 마우스인 EC 시리즈 발매 당시, 카운터 스트라이크 프로 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와 그 계보를 잇는 레이저 데스애더처럼 비대칭형 쉘에 묵직한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였으며, 자연스럽게 EC 시리즈 또한 비슷한 크기와 쉘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코팅의 개선, 센서 업그레이드, 휠 색 변경, 피트 변경에 따른 라인업 세분화 등등 크고 작은 변경점들이 있었고
2019년 말부터 다시 기존 피트를 탑재시킨 EC1, EC2 두 종류의 마우스로 라인업을 통일시켜 판매 중입니다.
네이밍에 따른 혼란을 줄이시려면 아래 제가 간단하게 정리한 EC 시리즈 계보도를 참고해 주세요.
품명 | EC2-A(2015) | EC2-B(2017) | EC2-B Divina(2018) | EC2(2019) |
센서 | PMW3310 | PMW3360 | PMW3360 | PMW3360 |
코팅 재질 | 무광 | 반무광 | 유광 | 무광 |
피트 | 큰 피트 2개 | 작은 피트 4개 | 큰 피트 2개 | 큰 피트 2개 |
*EC1-B divina, EC2-B divina 같은 경우는 특이 케이스로, EC-B 네이밍이 붙어 있지만 EC-A의 피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펴보기
각 회사를 대표하는 대다수의 마우스가 그러하듯, 조위의 EC 시리즈 역시 특정 게임이나 프로 게임단과의 협업을 통해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해 왔습니다.
제가 리뷰용으로 보여드릴 마우스는 중국의 프로 게임단 Tyloo와 협업해 출시한 EC2 tyloo에디션이며,
색상과 코팅의 차이를 제외하면 일반 버전과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발매 당시 해외 직구로 구매하였으며
박스 안에는 마우스 본품 외에 여분 피트, 조위 스티커, 설명서와 워런티 카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받자마자 기존 케이블을 제거해 주고 파라코드로 교체를 진행해 주었습니다.
빨간색 무광 피니쉬 바디에 휠과 사이드 버튼 그리고 로고는 흰색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쁩니다. 장비병 환자들은 왜 이런 것들에 가슴이 뛰는 걸까요?ㅎㅎ
측면에는 조위기어의 모회사인 벤큐의 로고와 Tyloo팀의 로고가 프린팅 되어 있습니다.
코팅 같은 경우 일반 버전보다 매트해 보이지만실제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나 느낌은 일반 버전의 코팅과 거의 동일합니다. 여전히 땀이 잘 차고, 쉽게 번들번들해지고 손자국이 잘 남는다는 말이지요...ㅠㅠ
역시 2개의 넓은 테프론 피트가 붙어 있습니다. 피트의 면적이 넓은 만큼 제동력이 강한 편이라,
로지텍 G640이나 레이저 기간투스v2같은 슬라이딩 계열의 마우스 패드나 하이퍼 X 퓨리 s, 혹은 스틸시리즈 QCK 같은 밸런스 계열의 패드와 함께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EC2와 스틸시리즈 QCK Heavy의 조합은 프로 씬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조위의 마우스들은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하단부에 위치한 버튼들로 지정된 폴링 레이트와 dpi 값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폴링 레이트는 서든어택 같은 특정 게임을 제외하고는 1000hz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저는 항상 400 dpi나 800 dpi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소프트웨어를 통한 세밀한 dpi 조정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이 방식이 큰 불편함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조위 측에서는 대회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프로들을 위해 채택한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용 소프트웨어로 온보드 메모리에 한 번만 설정해 주면 어디에서나 개인 설정 그대로 플러그&플레이가 가능한 마우스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에도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네요.
모든 조위기어의 마우스가 그렇듯 EC2 Tyloo버전에도 색상만 다른 역시나 뻣뻣한 케이블이 달려 있습니다.
번지대 사용은 필수고, 가급적이면 저처럼 아예 파라코드로 교체해 사용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공식 스펙상 90g으로 실측 시 92g이 측정되었습니다.
EC1보다 약 7g 가볍고 비슷한 사이즈의 G PRO Wireless(이하 지무선)보다 약 10g가량 무겁습니다.
사무용으로 쓰기에는 약간 부담스럽지만 손목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며,
FPS 게임 플레이 시 에임에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는 딱 적당한 무게라고 생각합니다.
사용기
말머리에 서술했듯이, 저는 F11 정도의 손 크기를 가지고 있고 저감도에 팜 그립을 사용하는 유저입니다.
마우스에 편하게 손을 올렸을 때 과하지 않게 딱 차는 그립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무게 밸런스도 쏠린 곳 없이 전체적으로 잘 배분된 느낌이 들고, 센서의 위치도 정중앙에 잘 위치해
좌우에임 뿐만 아니라, 상하에임을 할 때에도 안정적인 에이밍이 가능했습니다.
전체적인 조립의 완성도도 높아 유격이 전혀 없고 탄탄한 느낌이 듭니다.
EC1에 비해 마우스의 가로 폭이 좁아서 마우스를 쥐는 힘 조절이 편리해졌습니다.
또한 손안에 적당한 여유가 생기니 손가락 끝으로 섬세한 컨트롤을 하기에도 좋았고요.
비대칭형 쉘의 장점인 안정적인 트래킹 역시 가능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지무선과 EC1을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검은색 바디의 일반판보다 티는 덜 나지만 똑같이 손자국이 잘 남고 습기에 취약합니다.
촬영을 위해 잠시 쥐었을 뿐인데도 저렇게 손자국이 남습니다.
스페셜 에디션만큼 에라도 코팅을 개선시켜 출시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C2에는 후아노의 청축 스위치가 탑재되어 있으며 후아노 스위치는 타 스위치에 비해 높은 클릭 압을 가지고 있어
광클릭이 필요한 RTS나 RPG보다는 정확한 클릭이 필요한 FPS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위치입니다.
메인 버튼의 경우 구분 감이 뛰어나며 클릭음도 경쾌해 사용하는 내내 만족스러웠지만
EC 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로 항상 지적되는 사이드 버튼의 구분 감과 스크롤 휠의 뻑뻑함은 매우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사이즈 비교
일반적으로 F11 이상의 손 크기를 가진 분들에겐 EC1을, 그 이하의 손 크기를 가진 분들에겐 EC2를 추천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손 안을 꽉 채우는 그립보다 약간의 여유가 생기는 그립이 좋아서 EC2를 사용 중이고
손이 작은 분들에게 EC1의 사용은 권하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한 번쯤 사용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동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체형이 더 큰 서양인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EC1보다 EC2의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EC2와 길이나 등 높이가 가장 유사하면서 인지도가 높은 지무선과의 비교입니다.
두 마우스는 대칭형/비대칭형 쉘, 일체형 버튼/분리형 버튼의 차이뿐만 아니라, 무게나 센서 등등 거의 모든 것이 다른 마우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실제 마우스를 쥐어보면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무선의 발매 이후 많은 프로 게이머들이 EC2에서 지무선으로 마우스를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총 평
최신 기술로 무장한 마우스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어도 아직까지 상당수의 프로 게이머가 조위기어의 EC2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조위기어의 성능이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프로들에겐 대회 도중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리스크(소프트웨어 오류가 일어난다거나 더블클릭 현상이 발생하거나 등등)를 사전에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검증된 조위기어의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프로 수준의 극단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보다 실용적이고 편리한 기능들이 탑재된 신형 마우스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미 예전과는 다르게 무선 기술이나 소프트웨어의 안정성도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 사실이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도 무선 기기들의 신뢰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에도 조위의 고집이 프로 씬에 어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EC2는 기본기가 탄탄한, 여전히 훌륭한 마우스이며
뻣뻣한 파라코드, 번들거리는 코팅, 소프트웨어의 부재, 떨어지는 가성비를 모두 감안해도
그립감과 인 게임 퍼포먼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드코어 게이머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마우스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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