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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병 중환자의 기록 part.2

기성품 끝판왕 키보드? : 앱코 AR87

기성품 키보드와 커스텀 키보드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혹자는 하우징 설계부터 기판 작업, 스위치 윤활까지 모든 곳에 자신의 손길이 닿아야만 커스텀이라고 할 것이고,

혹자는 취향에 맞는 스위치나 키캡 정도만 교체해 주어도 커스텀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저는 후자의 생각에 더 동의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앱코 AR87이 가지고 있는 '기성품 키보드 끝판왕' 이라는 타이틀이

제겐 조금 이상하게 들리긴 합니다.

앱코 AR87은 그 자체로 사용하기보다, 커스텀을 해 주어야 제 성능을 내어주는 키보드라는 인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저 역시 순정 상태가 아닌 풀 윤활을 진행한 상태의 AR87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품사양

앱코 AR87은 커스텀 키보드계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설계자인 라이프존(LZ)이 설계한 키보드로, 발매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키보드이며, 2.9kg의 묵직한 CNC 풀 알루미늄 바디에 절제된 사이드 LED, 탈착식 케이블, 정방향 스위치가 체결 가능한 기판까지...설계단에서부터 '커스텀 친화적'인 구조를 가지고 태어난 키보드입니다.

 

앱코 AR87의 정식 발매가는 249,000원이고 저소음 적축 옵션을 넣으면 259,000원입니다.

지난 연말에 10만 원 후반대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여 다시 한번 열풍이 불기도 했었습니다.


살펴보기

박스 디자인은 썩 마음에 들진 않네요.

 

스크래치에 취약한 알루미늄 하우징 보호를 위해 전용 파우치를 제공합니다.

파우치의 재질이나 디자인이 썩 고급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어차피 키보드의 무게가 워낙 무거운 편이라 들고 다닐 일도 없고 단순 보관 용도로는 충분한 퀄리티입니다.

 

파우치 내부에는 AR87 키보드와 키캡 풀러, C타입 USB 케이블, 키보드 청소용 솔, 설명서가 들어 있습니다.

*연출된 사진이며 순정 키캡이 아닌 별도의 키캡을 체결한 사진입니다.

 

앱코 AR87은 실버, 다크 그레이, 네이비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으며, 저는 다크 그레이 색상으로 구매하였습니다.

다만 공식 이미지상의 아노다이징 색상과 실물의 색상이 많이 달라서 출시 초반에 이슈가 좀 됐었죠.

다크 그레이보다는 일반적으로 스페이스 그레이라 불리는 색상과 가깝습니다.

 

전체적인 표면의 느낌이 부드럽고 고급스럽습니다. 마감도 훌륭한 편이고요.

인디케이터는 방향키 위쪽의 LED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색상은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네요.

 

키보드의 체고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8도의 경사를 가지고 있으며 높이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팜레스트 사용을 권해 드리고요.

사이드 부분은 손잡이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이 되어 있으며, AR87의 매력 포인트인 사이드 LED 디퓨저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8개의 나사 구멍이 있고, 미끄럼 방지를 위한 4개의 작은 범폰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키보드 무게가 무거워서인지, 키보드를 끌 때 범폰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후면에는 C타입 USB 포트가 있습니다.

기판의 위치도 정 중앙에 잘 자리 잡고 있고 상. 하부 하우징도 단차 없이 잘 결합되어 있습니다.

다만 상부, 하부 하우징의 아노다이징 상태가 약간씩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는 사진으로 보는 만큼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공식 스펙상의 무게는 2.9kg, 키캡 교체 후 실측 시 3kg으로 정말 무거운 편입니다.

풀 알루미늄 키보드는 대체적으로 무거울수록 정갈하고 정숙한 키감을 내어 줍니다.


튜닝 내역

-크라이톡스105 붓윤활/65g 줄스프링/필름 작업을 마친 상태의 체리 적축 스위치입니다.

일반적으로 울림이 적고 정숙한 알루미늄 하우징에는 마찬가지로 소음이 적은 리니어 계열의 스위치를 많이 사용합니다.

-순정 상태에서 약간의 통울림이 있는 편입니다. 신슐레이터 흡음재를 넣어 주었습니다.

-AR87에는 스위치에 별도의 LED가 달려있지 않아, 추가로 TX 233 LED 웜화이트 색상을 체결해 주었습니다.

스위치 윤활 방법에 대한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 윤활하는 방법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 윤활에는 스위치를 파츠별로 분리해 각 파츠에 붓으로 알맞은 윤활제를 바르는 붓 윤활 방식이 있고, 스위치를 분리하지 않은 상태로 스프레이 윤활제를 스위치 틈으로

quadruple.tistory.com

 

-순정 상태에서 스테빌라이저 소음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가이드 유격을 양면테이프로 잡아 주었으며 스테빌에는 발톱 제거, 윤활 작업을 해 주었습니다.

 

기본 제공되는 키캡을 일부 체결한 모습입니다.

1.4mm 두께의 PBT 재질 키캡이며 퀄리티는 썩 좋지 않은 수준입니다.

실제 일부 키캡의 뒤틀림 이슈가 있었고, 이는 스테빌 소음이나 키감에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가급적이면 키캡의 교체를 권합니다. 저는 DROP의 dev/tty 키캡으로 교체하였습니다.


사용기

사이드의 LED는 FN+PGUP 키로 변경할 수 있으며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디자인에 확실한 포인트가 됩니다.

광량도 충분해서 데스크 패드에 은은하게 반사되는 것이 참 영롱하네요.

또한 기판에 스위치 LED 모드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스위치 LED도 꼭 달아주시는 걸 추천합니다.

 

풀 알루미늄에 리니어 스위치, MT3 프로파일의 높은 키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입니다.

키압이 낮은 편이라 오랫동안 타건 해도 손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지금은 오타율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조약돌 두드리는 소리가 정말 너무 매력적입니다.

영상의 타건음은 녹음, 녹화 장비가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참고만 해 주세요.


총 평

대부분 특정 제작자가 공제를 통해 판매하는 하이앤드 커스텀 키보드는 구하기도 쉽지 않고,

공제에 참여한다 해도 샘플 이미지만 보고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보장할 수 없으며,

수령할 때까지의 기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또한 인지도 있는 제작자의, 완성도가 검증된 키보드는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어 중고 가격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물론 키보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모든 리스크를 감당하고서라도 하이앤드 키보드를 갖고 싶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말이죠.

 

개인적으로 하이앤드 커스텀 키보드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전에 꼭 앱코 AR87을 풀 튜닝 해 사용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풀 알루미늄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기성품 중에서는 고가에 속하지만 하이앤드 커스텀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하기도 쉽고요.

앱코라는 브랜드가 가진 저가형 이미지만 생각했다간 정말 놀라실 거라 장담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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